‘일밤’에서 ‘사랑을 싣고’까지, 90년대 예능의 모든 것
잊지 못할 웃음의 시대, 1990년대 예능의 시작
‘일밤’에서 ‘사랑을 싣고’까지 90년대는 예능은 한국 예능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OTT도 없고 유튜브도 없던 시절,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는 국민들의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고,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핵심 콘텐츠였지요. 당시 예능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가족을 모이게 하고, 세대 간 대화를 이끌며, 그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갔습니다. 시청률 30%는 기본이고, 40%를 넘긴 프로그램도 수두룩했는데요, 그런 숫자만 봐도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낯익은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TV는 사랑을 싣고’, ‘좋은 친구들’, ‘코미디 세상만사’ 같은 프로그램들이 매주 안방극장을 찾아왔고, 그 안에서 땀 흘리며 몸을 사리지 않았던 진행자들은 지금의 국민 MC로 자리 잡게 되었죠. 그 시절 TV는 단순한 오락 도구가 아니라, 문화였고, 일상이었고, 어떤 이들에겐 꿈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자극적이지 않아도, 형식이 화려하지 않아도, 모두가 즐길 수 있었던 순수한 웃음의 원천이었던 거죠.
국민 예능의 대표주자, ‘일요일 일요일 밤에’
1990년대 예능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MBC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으로, 다양한 코너를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몰래카메라’, ‘체험 삶의 현장’,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이경규가 간다’ 같은 명코너들이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탄생했답니다.
특히 ‘몰래카메라’는 평범한 사람들부터 연예인까지 속이는 포맷으로, 지금의 리얼리티 예능의 원형이라 불릴 만큼 충격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이경규 씨가 보여준 무모함과 과감함은 당시에도 파격적이었고,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될 정도니까요. 또한 ‘체험 삶의 현장’은 연예인들이 일반인의 직업을 체험하는 코너로, 단순한 웃음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는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습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따뜻한 리얼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감동 예능의 시초, ‘TV는 사랑을 싣고’
웃음도 웃음이지만, 1990년대 예능은 눈물도 함께했습니다. 바로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가 그런 프로그램이었죠. 이 예능은 잃어버린 인연을 찾아주는 포맷으로, 스타들이 자신의 과거를 되짚으며 감동의 재회를 시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진행자가 함께 사연을 따라가며 추적하는 방식이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예능적 감성을 절묘하게 엮어내 감동의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시청자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며 함께 아파하고 웃을 수 있었지요. 지금도 “그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던 도입부는 많은 분들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겁니다.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1990년대 예능이 단지 오락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진정한 공감형 콘텐츠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였습니다.
스타 양성소였던 ‘좋은 친구들’과 콩트의 부흥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SBS의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으로 치면 토크쇼, 리얼리티, 콩트, 버라이어티가 한데 섞인 멀티 포맷 예능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휘재, 김국진, 유재석, 박수홍 등 당시에는 신인급이던 예능인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브라운관을 누볐던 무대였죠.
‘좋은 친구들’은 특히 콩트 형식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시트콤 못지않은 구성력으로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지금처럼 자극적이거나 큰돈이 들어가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센스와 기획력, 그리고 출연자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프로그램을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꼈던 시청자분들은,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실 거예요.
그 시절, 예능의 순수함이 그립습니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예능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화려한 세트도, CG도, 스폰서 노출도 거의 없었지만, 그 속에는 사람 냄새 나는 진심이 있었고, ‘가짜 웃음’보다는 ‘진짜 웃음’이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이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는 좌충우돌 체험형 포맷,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함께 웃을 수 있었던 콘텐츠, 그리고 시청자의 삶에 깊이 스며드는 감동까지.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모든 요소를 갖추기란 사실상 쉽지 않지요.
그래서일까요. 1990년대 예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트로 감성을 찾는 시대, 유튜브 클립으로라도 다시 찾아보는 분들, 추억에 잠겨 흐뭇한 미소를 짓는 분들, 모두가 그때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능이 기술과 트렌드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 때—그게 바로 1990년대가 우리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